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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서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았다.
선악과에 눈이 먼 이브의 심정이 이럴까.
닿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사실 그녀는 과실을 내민 그의 손마저 핥고 싶은 심정이었다.
순수의 죽음.
야심과 양심이 뒤엉키는 사이
풋풋하고 싱그러운 사랑은 숨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달콤한 향에 머리가 아찔해질 즈음,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앞의 과실을 집어삼켰다.
그러자 남자도 단숨에 그녀를 삼킨다.
서로를 삼킨 그림자.
타락은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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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김요셉.
2월 13일 물병자리.
서울 태생, B형.
‘유사(柳絲)’라는 필명으로
피우리넷, 로망띠끄, ‘나는 별밭에 누웠다’에서 활동 중.
버드나무숲 http://laim82.blog.me
“뭐……?”
“기억해 보세요. 있었어요?”
……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승주는 반쯤 벌어진 입을 손으로 막았다. 줄곧 승주에게 진실을 말하고자 애쓰던 은호의 눈에 원망이 고인다.
“됐어요. 아무리 말해도 선배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겠죠. 전 우리가 꽤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잘못 생각한 모양입니다. 이만 일어날게요.”
“자, 잠깐만!”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은호를 승주가 다급히 붙잡았다.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해.”
“그럼 어떻게 할까요? 선배는 제 말을 믿지도 않고, 전 억울함을 증명할 길이 더는 없는데.”
“믿기 힘든 상황이긴 하잖아.”
“그래요. 그런 상황이죠. 어차피 전 선배한테 그 정도 인간밖에 안 된 거니까. 그냥 연락하지 말 걸 그랬어요. 괜히 연락해서…….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승주는 테이블을 돌아 나가는 은호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주먹을 움켜쥘 뿐 뿌리치지 않았다. 은호는 상처 입었다. 승주도 상처 입었다. 오해와 불신으로 서로를 상처 입혔다. 그걸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기억이 안 난다는 건 핑계에 불과했다. 승주는 홀로 아팠던 그 시간이 재활용도 되지 않을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이기적인 자기 보호였다.
“……믿을게.”
“억지로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아니야. 정말 믿어. ……정말이야.”
“…….”
“미안해. 그동안 나는 나만 피해자인 줄 알았어. 변명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하지만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너한테 미안해.”
은호는 물끄러미 그녀를 응시했다. 믿지 않는 눈치였다. 승주는 초조했다. 이대로 그를 보내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그와 관계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명백한 끝이었다.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구는 그의 태도에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겠니?”
승주는 2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은호가 좋았다. 2년이나 못 만났는데,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은호를 보니 잠자던 욕심이 깨어났다. 탐욕스럽게 그의 손목을 잡고 있는 제 손이 수치스러웠으나 놓지 못했다.
“정말 저한테 미안하세요?”
“응.”
“정말이죠?”
“그렇대도.”
“그럼 책임을 지세요.”
“……뭐?”
선뜻 이해되지 않아 승주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소년처럼 해맑게 미소짓고 있는 은호를 바라보았다. 무자비한 아름다움에 눈을 빼앗기고 심장을 빼앗겼다.
쿵. 쿵. 쿵.
얼어붙었던 그녀의 심장이 격렬하게 피를 뿜어냈다. 그가 탐이 났다. 가지고 싶었다.
“책임지시라고요.”
애초부터 승주에게는 은호를 거부할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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