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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32, 카페 사장)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 32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될 놈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놈은 자신이란 것을 성재는 믿는다. 어린 시절엔 오는 여자 막지 않았던 성격 탓에 그의 주변은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남들 몰래 잠적해 차린 카페가 리페어. 그에게 한 가지 낙이 있다면 오픈 준비를 마친 뒤,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요새 그 낙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르바이트생 지현, 요새 아이답게 솔직하고 밝은 모습을 보며 성재는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지현아, 카페 안에선 오빠 말이 곧 법이다.”
정지현 (22, 휴학생)
계산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가끔씩 트러블도 일어나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22년을 살아왔다. 한번 목표가 생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대학이란 목표에 들어서고 평범한 2년을 보내다 불현듯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휴학을 신청했다. 열심히 살았던 게 몸에 밴 것처럼 지현이 집에서 빈둥거린 지 한 달, 참지 못하고 시내 주변을 배회하게 된다. 그러다 리페어에서 성재에게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는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지현은 그 제안을 승낙했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괜찮다고 느꼈던 이 사장이 서른두 살이란다.
“노땅 주제에 폼 잡으면 내가 멋있다고 생각할 줄 어떻게 알았지?”
어서 오세요, 카페 리페어입니다.
오늘의 추천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시원하고 카페모카처럼 달콤한 ‘Roasting Love’입니다.
취향에 따라 ‘사랑해’를 곁들이시면 더 맛있는 로맨스를 맛보실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단발까까에서는 발행일기준 2개월內 로맨스, 일반소설,신간을 정가30%에 매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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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
부족함이 많은 사람.
모든 것에는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한다.
단 하루라도 후회 없는 날을 살고 싶다.![]()
카페 앞에 도착한 지현은 closed 문패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몸을 뒤로 젖히자 등 뒤로 카페 문이 닿았다. 차가움을 넘어 서늘한 문의 한기에도 지현은 일어설 기색이 없었다.
그를 만나는 게 두려웠던 오늘, 어쩌면 일이 이렇게 된 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역시. 어제 일 때문인 건가? 아, 역시 알바를 그만둬야겠지? 내가 그렇게 부담스러운가?’
시린 새벽의 공기가 흩어질 무렵까지 지현은 가게 앞에 앉아 감정을 추슬렀다.
“노땅 주제에…….”
시간이 지나갈수록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가게 앞에 쪼그려 앉은 그녀를 곁눈질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지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리하는 사이, 누군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카페 앞이긴 하지만 길가다 보니 피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줄 알았던 사람의 발걸음이 지현의 앞에서 멈췄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답답하다는 듯 내뱉은 말투는 지현에게 익숙한 음성이었다.
“어?”
고개를 위로 번쩍 들자 평소와 달리 조금 빨간 성재의 얼굴이 보였다.
“사장님?”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뭐 해?”
“가려고 했는데.”
“멀리서도 네 청승이 보이더라. 가만 보면 이거 완전 헛똑똑이야.”
성재의 말에 지현의 입술이 반쯤 나왔다.
“여기서 헛똑똑이가 왜 나와요. 그런데 오늘 가게 문 안 열어요?”
성재는 문이 닫힌 가게를 바라보다 지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인마.”
성재는 상기된 얼굴을 감추는 듯 지현을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사장님!”
가만히 서서 부르자 그는 말없이 뒤돌아 검지를 까닥거렸다.
“어디 가요?”
“빨리 와라. 오빠 힘들다.”
지현이 그의 옆으로 다가서자 성재는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열 좀 봐. 사장님 아파요? 그래서 오늘 가게 문 안 여는 거였어요? 그럼 어제부터 아픈 거예요? 갑자기 뭐야. 언제부터 이런 건데요?”
따발총처럼 쏘아 대는 말에 성재는 지현의 두 손을 잡고 밑으로 내렸다.
“난 괜찮으니까 그만해.”
“뭘 그만해요. 아프면 말을 하든가!”
“내가 왜?”
지현의 말에 성재가 조금 거리를 두듯 내뱉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꼭 이런 식으로 결정적인 데서 그는 늘 한 걸음 물러섰다.
“왜냐니!”
지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알바생과 사장? 그러면 아픈 것도 말하면 안 돼?’
언제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 문제를 이번엔 절대 넘길 수 없었다.
“너까지 상관할 일 아니야.”
무심한 듯 내뱉은 말에 괜스레 맘이 아파 왔다. 그 이유는 뻔하디뻔했다. 지현은 평소보다 더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응시했다.
‘내가 왜 이런 노땅한테…….’
맘대로 되지 않는 감정과 쉽지 않는 남자, 지현은 속이 상하다 못해 썩을 것 같았다.
“상관하고 싶으니까 그렇죠.”
성재는 그녀의 말에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넌 내가 쉬운가 보다?”
무슨 말만 하면 눈 하나 깜박 안 하고 받아치는 지현의 모습에 성재는 오랜만에 손에 땀이 생겼다.
“사장님이 쉬운 거 아니고요, 제 감정도 쉬운 감정 아니에요.”
“네가 이럴 만큼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야.”
“사장님, 좋은 사람이잖아요.”
성재는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은 채 입에만 달랑거리고 있는 모양새를 보며 지현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저한테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에요.”
심각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 듯 성재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나이 차이 때문인지 성재는 이럴 때면 지현이 마냥 어리게만 보였다.
“참, 나. 지현아, 왜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온지 모르겠는데 이거 그냥 하루 쉬면 낫는 거야. 쉬라고 할 때 쉬어. 나 악덕 업주인 거 알지? 막 부려 먹기 전에 알아서 처신해.”
“사장님.”
“어, 사장님 힘들다. 얼른 너 데려다 주고 나도 집에 가서 쉬자.”
지현은 성재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술에 물린 담배를 잡아 뺐다.
지현은 까치발을 들어 그의 목에 손을 감았다. 그러자 어정쩡하게 성재가 고개를 숙였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성재는 손을 쓸 틈도 없었다. 성재가 가까이서 보이는 지현의 눈동자에 당황하고 있을 때, 그녀의 눈이 감겼다. 지현은 입술이 까칠까칠하게 부르튼 성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힘으로 세게 꾹 누르는 그녀의 입술에 성재의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지현이 까치발을 내리고 그를 바라보기까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두 입술이 마주쳤을 때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았다. 아니,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싶었다. 성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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