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몬 라이너 (30)
영혼의 반쪽이라 믿었던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가슴 깊은 상처를 간직한 남자. 내가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한번으로 충분했다. 단 한번 만으로 그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을 충분히 느꼈다. 또 다시, 또 다시 그 진한 상실감과 허무감에 몸부림치고 싶지 않았다.
한 유나 (24)
한 남자를 향한 가슴 뜨거운 사랑을 간직한 여자. 이렇게 가슴이 시리도록 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포근히 감싸줄 것 같았던 그 남자가 그녀를 외면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더 높아지는 마음의 벽에 아픔은 더 커져갈 뿐이었다. 그는 왜 내 사랑을 믿지 못하는 걸까?


“더 이상 날 자극하지 마라. 이건 경고다, 유나.”

남자의 눈에 피어나는 분노는 절대 단순한 노기가 아니었다. 아니, 단순한 분노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까짓 사랑 하나?”
“젠장! 그 입 다물라고 했지!”

경고의 거센 외침과 함께 그녀를 벽 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이며 단 한 번에 입술을 막아버렸다.

이소영
필명 : Suha

글 쓰는 것이 좋아 무작정 끼적거리던 어느 날 문득 작가의 대열에 끼게 된 운 좋은 여자.
여러분께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드릴 수 있는 마음 따뜻한 로맨스 작가가 되겠습니다.


출 간 작
「그의 사랑 (His own love for her) 」
「아픈 사랑 (sore love)」
「은밀한 유혹 (The secret temptation)」


연재 예정작
「심장아 터져라, 」
「달콤한 유혹 (The sweet temptation)」

“얼굴빛이 어둡군. 유나의 트레이드마크가 햇살보다 밝은 표정이라는 걸 잊은 건가?”
“그러는 당신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연신 웃는 거죠?”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 어떻게 어두울 수 있겠어?”
“지금 날 갖고 장난해요, 라몬?”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어떻게 내가 유나를 갖고 장난을 칠 수 있겠어?”
“당신 자신을 한 번 돌아보라고요. 어젯밤 공항에서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 엉뚱한 말만 하고 있잖아요.”
“양치기 소년의 마음을 알 것 같군.”
“그건 또 무슨 말이죠?”
“그 이야기 몰라? 계속 거짓말을 하다가 마침내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잖아. 그 소년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두려웠을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요? 당신이 양치기 소년이라도 된다는 건가요?”
“그 비슷한 기분이라 이거지. 지금 당장은 내 진심을 전한들 유나 귀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정말 갈수록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요란한 비명이라도 지르면서 까맣게 타들어간 속을 직접 꺼내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무슨 말이든 터트리려 입을 연 순간 라몬이 한 손을 들어 구릿빛의 긴 검지로 찌푸린 이마와 콧등을 어루만졌다. 피부에 닿은 손끝에서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예쁜 얼굴 찡그리지 마. 그러다 버릇 들겠다.”
“라몬, 난 …….”
“지금의 유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가 말했지? 사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나 혼자만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야.”
가슴 깊은 곳까지 저미게 하는 은밀한 속삭임이었다.
갑자기 목안이 심한 갈증을 일으키며 타들어가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그의 시선이 자연히 눈에서 촉촉한 물기가 어린 붉은 빛 입술로 향했고 황금색 눈은 심연을 알 수 없을 만큼 더욱 짙은 빛으로 물들었다. 커다란 구릿빛의 손이 자연스럽게 희고 고운 맨 어깨 위에 놓이며 그녀를 더 가깝게 끌어당겼다.
아, 세상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메아리치는 심장을 느끼면서도 시선조차 돌릴 수 없고, 숨조차 쉴 수 없는 그 순간의 긴장 때문에 어깨 주변은 불에 대인 마냥 화끈거렸다.
“왜……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키스하고 싶어서.”
쿵. 전혀 거침없는 솔직한 말이 또 다른 강한 여운을 남기며 그녀를 뒤흔들어 놓았다. 아니,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남자이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날 갖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죠?”
“아까도 말했지만 난 유나를 갖고 장난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유혹적인 입술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은 키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을 뿐이야. 이런 내 말을 믿지 못하겠나?”
“라몬,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이지…….”
“날 믿어줘.”
“뭐라고요?”
“더 이상 유나를 상처 입히지 않겠다는 내 말을 믿어주길 바라.”
“대체 무슨 뜻으로…….”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그 말이 전부야, 유나. 하지만 조만간 유나에게 내가 가진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어. 물론 그 선물을 받고 유나가 행복할지 어떨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만 알아주길 바란다.”
“…….”
유나는 그 수수께끼 같은 말에 할 말을 하지 못한 채 라몬의 시선 안에 갇혀 있었다.
그가 마침내 눈가까지 미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근처 소파 위에 놓은 솔을 집어 들어 그녀의 맨 어깨에 정성스럽게 걸쳐주었다.
“낮에 비해 저녁 기온은 쌀쌀할 거야. 자, 더 늦기 전에 이젠 나가볼까?”

<작가 후기>

첫사랑의 상처로 마음이 닫힌 남주에게 다가가는 당찬 여주의 모습…….

그것이 <강렬한 유혹>의 첫 프롤로그의 시작이었습니다.
라몬 라이너는 자신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만으로 사람을 조용히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남주이죠. 한 여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순정을 간직한 순정파인 동시에 남에게 한없이 부드럽게 다정한 신사 같은 남자. 하지만 한 번 받은 상처에 자신을 가둔 채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고집스러움도 갖고 있죠. 바로 그런 모습 때문에 우리의 사랑스러운 여주, 유나가 라몬으로 인해 무한한 행복을 느끼면서도 그 이상의 사랑의 상처에 힘들어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거부할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라몬 역시 옛사랑의 상처에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유나를 향해 미친 듯 끌려가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못합니다.

답답할 만큼 옛사랑을 놓지 못하는 라몬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 때문에 유나가 더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으니까요. 지난 사랑을 잊고 새 사랑을 금세 받아들이는 남자보다 아픔과 상처의 힘든 시간을 걸쳐 마침내 진정한 사랑을 찾는 확신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능한 밝고 긍정적인 유나를 통해 어둠 속의 라몬이 차차 빛을 찾아가며 상처를 치유하고 완전한 사랑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그리고 마침내 그 힘든 사랑의 고비를 거쳐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시켜 주었을 때는 제가 유나가 된 것처럼 정말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