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웃기지 말아요! 색정적인 욕구일 뿐이에요! 그 더러운 구덩이에 날 처넣지 말아요. 그곳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어요.”
“난 널 구할 수 있어. 앞으로 네가 당할 고통이 뭔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알아. 그냥 감당하겠어.”
“그만큼 내 여자친구가 되기 싫다는 건가?”
현우의 눈이 이글거렸다.
‘아니, 이런 상황을 네가 이용할 만큼 나에 대해 집착하게 만드는 나 자신이 너무 싫어.’
“비켜줘.”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나 보군. 이제부터 시작이거든.”

잊고 있었다. 현우가 왜 자신의 곁에 있었는지. 처음부터 그랬다.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의 시선은!
벗어나야 한다, 예상치 못한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로를 열망하며 같은 관능의 물결을 탔다고 생각했는데, 수란은 그것을 빚이라 말하고 있다.

이종신

필명 : 쉴만한 물가

필명처럼 독자들이 읽는 내내 쉴 수 있는 편안한 글을 쓰고 싶은 로맨스 소설 매니아.
‘쉴만한물가’라는 필명으로 로망띠끄, 신영미디어, 카페 ‘그녀들의 로맨스’에서 활동 중.
(카페 주소 : cafe.daum.net/s-romance)

출 간 작
「블루 소울」
「미로 찾기」

출간 예정작
「눈부신 너」

e-book
「그녀와의 하룻밤」
「야수! 미녀를 만나다」

“키스 실력 한 번 대단하군!”
현우가 정신을 차리고 비꼬아 말했다.
“너도 만만치 않네.”
수란이 요염하게 방긋 웃으며 대꾸했다.
“난 오늘 쟤랑 갈 거야.”
수란이 아까 몸을 비비적대던 녀석을 턱으로 가리켰다. 현우가 그 턱 선을 쫓아 시선을 돌렸다. 한 남자가 눈에 걸렸다. 하지만 그 남자는 현우의 눈초리에 살짝 겁을 먹은 듯 눈을 내리깔 뿐이었다.
“저 녀석보다 내가 나을 것 같군. 수컷의 세계는 강한 자에게 돌아가지.”
수란이 고고한 자태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내 파우치를 찾아줄 흑기사는 없는 거야?”
평소엔 수란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받고 싶어 온갖 짓을 다 하는 남자들이 모두 시선을 피했다. 그들도 안다. 이번 기회가 얼마나 좋은 것임을. 수란의 파우치를 찾아다주면, 이 밤은 그녀와 함께 황홀하게 보낼 테지. 하지만 강력한 육식 동물 같은 현우를 누가 당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수란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겁쟁이들!
현우가 던지고 간 휴대폰을 집어 문자를 확인했다.
[903호.]
방 호실만 간략하게 적혀진 문자에서 수란은 현우의 오만함을 읽어냈다. 어마어마한 재력과 그것을 맘껏 휘두를만한 권력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난 자의 오만함! 그저 좋은 집안에서 운 좋게 태어났을 뿐인데 그것이 대단한 양 으스대며 다니는 꼴이 눈에 거슬렸다. 한 번쯤 사귀어 볼만한 매력을 지닌 현우를 거들떠보지 않았던 원동력은 어쩌면 이 때문인지도 몰랐다. 한 번쯤은 거절이란 것도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