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오빠 마음 알았으니 이젠 안 물러나요. 5년 전에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내 스스로 나가떨어졌지만 두 번은 안 해요.”
“……!”
고백이었고 도발이었다. 그리고 유혹이었다. 유은이 그를 지나쳐 현관을 나서며 다시 한 번 선전포고를 했다.

“틀림없이 날 좋아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한 달 동안 나 아프게 했던 거, 5년 동안 그리워하게 한 값, 다 받아낼 거라고요.”

강철은 말없이 유은을 바라만 보았다. 그 시선에서 느껴지는 강철의 감정은 무(無)였다. 그것이 답답한 유은은 강철에게 바짝 다가가 그의 가슴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강철같이 차갑고 감정 표현 하나 안 하는 단단한 이 가슴도 내가 다 녹여 버릴 거예요. 날 너무 사랑해서 매일같이 닭살 돋는 멘트를 쏟아 날리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 각오해요. 아마 이름을 하강철이 아니라 하흐물쯤으로 바꿔야 할지도요.”

윤채우 지음

AB형, 왼손잡이, 곱슬머리 = 초초초 똥고집쟁이.
영화, 음악, 책, 술을 좋아하는 사람.
탈리아란 필명으로 작가연합, 맑은수프와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출 간 작
「마지막 서리가 내리던 날 전2권」
「속옷 개켜주는 남자」

출 간 예 정 작
「시니스터 전2권」

“정말이죠?”
“응.”
“정말, 인 거죠?”
“그렇다니까.”
“금세 번복하는 거 아니죠?”
“그럴 일 없어.”
“저어엉말?”
“입 아프게 몇 번을 물어.”
“하, 하하! 그, 글쎄요. 그런데 몇 번을 들어도 믿어지지가 않네요.”
유은이 꿈속을 헤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유은이 어찌할 새 없이 그녀의 두 볼을 움켜쥔 강철이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읍!”
조금도 망설임 없이 들어선 그의 혀가 유은의 고른 치열을 훑고 그녀의 것을 공격했다.
(중략)
강철의 입술이 떨어지고 그의 품에서 벗어나게 되자 유은이 가슴을 들썩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도 기쁨을 가득 담은 눈으로 강철을 바라보았다. 그 눈을 바라보는 강철의 눈에도 똑같은 감정이 서려 있었다.
“이제는 믿을 수 있겠어?”
강철의 물음에 유은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다시 한 번 소리 내어 웃으며 그에게 안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