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끼와 끝내.”
“그러지 못한다면 어쩔 건데요?”
세상 사람들에게 그녀는 배건휘가 아닌 홍지성의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일 년이었다. 큰 희생을 하며 겨우 기회를 잡았는데, 그가 아무리 욕심난다고 해도 지금에 와서 포기를 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곁에서 일 년을 참은 목적을 이뤄야 했다.
“계속 그놈과 관계를 지속하겠다고? 몸으로는 날 원하고, 머리로는 그놈을 원한다는 소리야? 그래?”
“그래요.”

박가희

한평생 계속되는 로맨스, 그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이다.
날 사랑하기 위해 오늘도 난… 로맨스를 쓴다.

출간작
<미열>

건휘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시뻘겋게 타올랐다. 다 포기하겠다는 말이 혀 밑까지 차고 올라왔지만 안간힘을 다해 참았다. 그와 불확실한 미래를 약속하며 다시 희망을 품는 것은 싫다. 희망이 무너졌을 때 밀려오는 절망감은 질리도록 느꼈으니까.
“그렇다면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지. 문소진…… 입 열어.”
당연하다는 듯 지시하는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고도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대해주길 원하는 자신이 싫었다. 키스를 받아들이면 그에게 자신의 진심을 들킬 것만 같아 고개를 이리저리 저어 피했다.
“일단 얘기부터…….”
“얘기? 무슨 얘기? 다른 놈의 여자로 있으면서 나와는 섹스만 하겠다는 개소리?”
“그 개소리를 받아들여야 우리 관계를 지속할 수 있어요! 그럴 수 있어요? 이런 날, 안을 자신이 있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