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파고드는 섬.

그 섬처럼 고립된 아이, 박한내.

그리고 홀로 아픔을 견디던 소녀 앞에,

새하얀 끝 눈과 함께 나타난 형제.

한내는 형 기한 앞에선 자꾸만 목이 메고,

동생 지한과는 사사건건 다투기 바쁘다.

“너, 유기한 좋아하잖아. 난, 유기한이랑 닮았고.”

게다가 소녀의 짝사랑을 눈치챈 소년은,

“너도 나처럼 그 좋은 상상력으로, 날 형이라 상상해 보든지.”

요사스런 제안으로 한내의 마음을 더 흔들어 놓는데…….

소녀는 그저 혼란했다. 이것은 어긋난 관계도가 만든 불시착일까.

아니면 넌 나의, 불가피한 태풍이었을까.

인다

indamaid@gmail.com

“내가, 걱정돼?”

그리고 나른하게 웃어 냈다.

“허술하긴. 아무나 연민하고 쉽게 동정하지. 허점 많아. 의미 없는 거 하지 말래도. 이쯤. 눈 감고도 훤하니.”

“참 나. 젠체는.”

“내 숨이 이 섬서 제일 기니.”

툭 받아치는 걸 보니 역시 괜한 걱정을 한 것이지.

“걱정 안 한다.”

내가 손을 꼬무락대며 쏘아 대자 네가 한쪽 눈썹을 추켜올리다가, 실눈을 뜬다.

정 걱정되면, 하고 한결 다정해진 어조가 날아왔다.

“네가 같이 들어가 주든지. 물길 한번 터 줘?”

“뭔 소리야?”

“한번 들어가 봐. 오늘 바람은 센데 이상하게 물이 맑다.”

“미쳤니. 이 날씨에?”

“나랑 안고 들어가면 되지.”

“뭐?”

미친 소리를 내뱉고 몸을 수그려 나와 눈을 맞추더니 샐쭉 웃었다. 그 웃음 한번 참 불길하다 싶을 때쯤 허벅다리로 쑥, 손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출렁이는 바닷물과 높다란 푸른 하늘을 번갈아 본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으나 몸을 붙든 손의 힘이 장난 아니다.

“내려! 내리라고!”

미쳤어! 야! 꽥꽥대고서야 나를 갯바위에 기대게끔 내려놓는다. 씩씩 숨을 고르며 노려보자 두 얼굴의 사내처럼, 급작스레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이 뜬금없이, 나 그 노래 한 번만 불러 주라 했다. 노래? 황당함에 성내던 것도 잊고 난 눈만 깜빡거렸다.

“뭐?”

“네가 불렀던 노래.”

“……왜?”

“듣고 싶으니.”

“……몰라. 기억 안 나. 말했지만 어서 주워들은…….”

“기억해, 내가.”

그럼 네가 부르지. 붉어진 볼로 눈을 돌리자 낮게 잠긴 목이 울린다.

“다르지. 네가 부른 게 듣기 좋은 건데. 내가 부름 숭하지.”

“…….”

“기록해 놓은 악보 줄게. 불러 보아. 어?”

악보로 기록해 놨다니. 난데없이 또 얼굴이 화끈거려 뭐야, 하며 등을 돌리는데, 손목이 잡혀 다시 몸이 돌아갔다. 넌 뭔데. 몸을 들이대며 말하는 통에 결국 등에 다시 딱딱한 바위가 닿아 두 몸이 바짝 붙었다.

바다에 잠겼던 살결에서 짭짤하고 시원한 내음이 났다. 살짝 젖은 교복 셔츠 아래 실팍한 가슴팍까지 비쳐 보이자 이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뭐가, 하고 읊조렸다. 짓궂은 데다 계집한테도 접촉이 자연스러울 너. 네게서 나는 바다 내음, 살 내음이 좋단 생각이 드는 게 껄끄럽고, 날 지그시 내려다보는 네 검은 눈길에 입 안이 바짝 마른다.

“너, 유기한 좋아하잖아.”

물음이 아닌 확신이라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으나 긍정도 부정도 못했다. 얼마간의 정적이 견딜 수 없어져 고개를 들자 남자와 닮아 잘난 네 얼굴이 너무 가깝고, 날 주시하는 매서운 눈동자가 내 눈뿌리를 파고든다. 그것이 내 내밀한 속내까지 닿아 올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난, 유기한이랑 닮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