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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이선호입니다. 변소임 씨.”
“죄송한데 성을 떼고 불러 주시겠어요?”
일상이 무료한 서른한 살 과학 강사 변소임.
어느 날, 까칠한 이웃이 옆집에 이사 왔다.
“변, 말입니까?”
“네, 제가 성이랑 이름이랑 같이 불리는 걸 정말 싫어해서요.
아시잖아요. 어감이 좀 이상해서.”
“저도 이름만 부르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아시잖아요. 좀 친근해 보여서.”
포장마차에, 헬스장에, 심지어 직장까지!
어딜 가도 마주치는 그 남자.
사사건건 부딪치는 걸 보아 하니 악연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째서 추파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아무리 봐도 이쪽을 좋아하는 듯한데.
설마 옆집 남자가 우리 집 남자 되나요?!
2권
데이트인 듯 아닌 듯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는 선호의 태도에 소임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 선호를 생각하는 날이 점점 많아져만 가고.
[혹시 질문자 님이 그분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그분이 질문자 님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꾸 의식하게 되는 거고.
별거 아닌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결국 선호를 향한 제 마음을 인정하게 된 소임은
선호의 감정 역시 확실하게 확인하고자 직구를 던지는데.
“혹시 저 좋아해요?”
이웃사촌 티격태격 로맨스 <404 Not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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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채
이채로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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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마크팰리스에 대단한 사람이 이사를 왔다. 지나가던 거주민을 붙잡고 ‘2동 1202호에 누가 사는지 아시나요?’ 하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활짝 웃으며 대답할 터였다.
“아, 당연히 알지! 그 잘생긴 총각이 거기에 살잖아.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더만? 몸이 참 좋아.”
2동 1-2라인 최상층에 사는 남자를 보기 위해서는 오후 아홉 시를 넘어 휘트니스 센터에 가면 됐다. 남자는 매일같이 한 시간 반을 꼬박 운동한 후에야 자리를 떴다. 남자가 아파트 내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몸 좋은 젊은이’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모든 입주민이 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데에는 2동 대표의 공이 컸다. 고상한 사모님과 거리가 먼, 2동 대표 김말숙은 집마다 방문해서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왕년에 잘 나가는 성우였던 말숙은 극적인 톤으로 1202호 남자의 소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들어 댔다.
“해주 씨, 내가 말했잖아. 그 총각이 아주 괜찮다고. 지난번에 내가 주차하다가 모르고 그쪽 차를 살짝 긁었단 말이야. 근데 어머나, 전화하니까 너무 착한 거 있지?”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던 소임은 리모컨 버튼을 꾹 눌러 볼륨을 키웠다.
‘엄마가 어서 말숙 아줌마를 보냈으면 좋겠는데.’
부엌은 말숙이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 총각이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데 아우, 너무 목소리가 좋은 거야. 나 홀라당 넘어갈 뻔했지 뭐야. 우리 남편은 무슨 살진 돼지가 꿱꿱 대는 것 같은데. 어휴, 그래서 내가 우리 남편한테 전화를 잘 안 해. ‘여보세요’에서 ‘여보’, 소리만 들어도 한숨이 나온다니까? 잠깐만, 근데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맞아, 하여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더라고. 내려와서 보지도 않았어. 같은 입주민이니까 좋게 넘어간다는 거지. 이 얼마나 심성이 고운 청년이야?”
말숙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아이고, 그런 착한 청년이 어쩌다가 파혼을 당했는지 몰라. 신혼집이라고 아주 예쁘게 꾸몄던데. 리모델링도 싹 하고. 내가 그 인테리어 전문가한테 물어봤는데 안방 침실에만 2천이 들었대, 2천! 젊은이가 참 능력도 좋아. 최근에 파혼만 안 했으면 딱 우리 둘째 딸이랑 맺어주는 건데. 아휴, 식을 2주밖에 안 남기고 파혼당하다니. 참 안됐어.”
소임은 이제 말숙이 자리를 뜰 시간이 되었음을 알았다. 1202호 남자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건 기승전결 중에 결이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나 세 시에 402호 들르기로 했는데. 아이고, 정현 엄마 기다리겠네. 나 이만 가볼게, 해주 씨. 커피 잘 마셨어.”
종종거리며 부엌을 나서던 말숙은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소임을 발견했다.
“아이고, 소임아! 아가씨가 그렇게 늘어져 있으면 못 써. 다른 아가씨들은 열심히 가꾸고 있는데 위기감이 들지 않니? 볼이 터지려고 하잖아. 예쁜 얼굴 왜 자꾸 못나게 만드니? 운동 좀 하자, 응?”
“괜찮아요. 저는 살찐 상태가 좋아요. 안녕히 가세요, 말숙 아줌마.”
본인이 행복하다는데 말해서 무엇하리. 말숙은 간지러운 입을 안고 1201호를 떴다.
2권
‘흠…….’
하얀 천장을 바라봤지만 명료해지지 않았다. 소임은 빙글 돌아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웠다. 동그라미와 네모, 세모가 박힌 분홍색 베개를 노려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또 옆으로 돌아 누워 고민에 잠겼다.
공포 영화는 제 취향이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1202호를 빠져 나왔을 때, 선호가 왠지 실망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 과연 기분 탓일까.
‘아무래도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더욱 알쏭달쏭했다. 생각해 볼수록 선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는데, 사실 그게 이해가 안 갔다.
‘날 좋아하고 말고 할 건덕지가 있던가?’
그간 선호와 자신 사이의 일을 되짚어 봤을 때 딱히 설렐 만한 일이 없었다.
대체 어느 부분에 호감을 느낀 걸까? 막 누군가를 좋아하는 애틋한 감정이 대체 어디서 피어난 걸까? 차라리 이쪽을 저주한다는 소리가 더 납득할 만한데.
‘설마 나한테 첫눈에 반한 건가?’
소임은 벌떡 상체를 일으켜 화장대를 쳐다봤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절세 미녀라고 부르기엔 애매했다. 파마기가 풀린 단발머리 아래 얼굴은 본인이 생각했을 때 몹시 귀여웠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주관적인 의견이다.
‘뭐, 이 정도면…….’
소임은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선호가 제게 호감을 느낀 원인을 외모로 미루기에는 약간 양심이 찔렸다. 전적이라도 좀 있으면 어떻게든 합리화 해 볼 텐데 여태껏 외모에 반했다며 다가온 남자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침대에 펄썩 등을 대고 누웠다. 또다시 고민의 시간이 시작됐다. 저를 좋아하는 이유는 차치하고, 과연 좋아하는 게 맞는지가 궁금했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껄끄러운 주제라 답답했다. 괜히 물어봤다가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오면 소임의 체면만 깎이는 셈이니까.
‘아, 이런 게 문제야. 자꾸 신경이 쓰이잖아.’
소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안 그래도 살기 바쁜 와중에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해야 하다니. 원래 주말에는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 보면서 깔깔거려야 하는데 말이다.
‘이래서 내가 남자를 안 만나는 거야. 내 소중한 여가 시간을 방해하잖아.’
그녀는 ‘날 좋아하는 것 같은 남자가 있다’라는 추측 하나에 지나치게 술렁이는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을 찡그리며 고심하다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혼자서 머리를 싸매 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 상황을 판단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친구에게 덥석 전화하기에는 좀 꺼려졌다. 서른한 살 먹어 놓고 ‘누가 날 좋아하는 것 같아’ 하면서 호들갑을 떨면 너무 순진해 보이지 않나. 더군다나 그 동안 줄기차게 씹어 대던 옆집 남자 때문에 가슴 떨려 하는 주책바가지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어플 어딘가에 연애 고민을 상담해 주는 익명 채팅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메신저를 뒤적거리던 소임은 괜찮아 보이는 채팅방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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