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기자의 어느 금요일 - 최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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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신아출판사
작가명
최은별
발행일자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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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범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껏 모든 연애 상대에게 그랬다. 범람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점차 침윤되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연애 감정이 아닌가? 사귀기로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커져 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사귄 지 세 달이 되었을 때, 그녀는 내게 “넌 날 쳐다보지 않네. 늘 앞만 보고 있어서 화가 나.”라고 했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를 좋은 사람이라 여겼고 함께 있으면 편안했다. 꼭 서로 마주봐야만 하는가? 각자 앞을 보고, 나는 내가 본 별을 이야기하고 그녀는 그녀가 본 구름을 이야기하면 되지 않는가. 나와 그녀 사이엔 아무 문제가 없건만 그녀는 자꾸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사귄 지 다섯 달이 되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내게 사랑을 갈구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날 나무라지도 않았다. 내게 사랑이란 별다른 게 아님을, 단조롭고 건조한 내 연애 방식을 마침내 이해한 듯했다. 그리하여 사귄 지 반년이 된 지금에 와선 걱정할 것 없는 평탄한 날들이 이어졌다.
      비처럼 내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공과대학 수업을 듣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중, 벚나무 아래 벤치에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보였다. 몇 발자국 옆에서 인사를 건넬까 말까 고민하는데 수선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진호 씨 정말 괜찮다. 직업도 멋지고 너한테 잘하고.”
      “너 그 남자 꽉 잡아. 대학원 졸업하고 결혼하면 딱 좋을 것 같아.”
      “진호 씨 만난 지 한 달 됐다고 했나?”
      그녀의 친구들이 야단을 부리는 동안 그녀는 잠자코 있었다. 나는 내가 듣고 있는 대화의 내용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참, 현우는 정리했어?”
      불쑥 내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특유의 찬찬한 말씨로 대답했다.
      “아직 못했어.”
      “그래 뭐, 세컨드로 둬도 괜찮지. 풋풋하고 잘생겼잖아.”
      “그런 생각인 건 아냐. 말하려고 했는데, 현우 눈을 보고 있으면 상처받을까 봐 말이 안 나오더라고.”
      “어휴, 다 네가 착해서 그래.”
      붉은빛으로 염색한 그녀의 친구가 그녀의 어깨를 몇 번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자, 우리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카페나 가자. 내가 쏜다!” 하며 한쪽 팔로 그녀를, 다른 팔로는 다른 친구를 잡고 끌어당겼다.

       

       

       

       

       

       

      최은별

       

       

       

       

       

       

       

       

      P.54 : 첫눈에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큰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내게 왔다는 것, 미루거나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동경이라면 사랑보다 큰 동경이고, 환상이라면 사랑보다 큰 환상일 뿐. 그것이 어떠한 성질의 것이건 무엇을 의미하건 내게 있어선 가장 중요한 마음이었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절실하고 온전한 감정이었다.
      버거웠다, 수많은 날들이. 홀로 새벽을 밟고 서 있는, 여린 별 하나쯤 떠 있어도 좋은데 그마저도 없는, 세상과 격절된 까마득한 느낌에 자주 휩싸였다. 늘 갑갑하고 갈증이 났으며 위태로웠다. 이 거대한 마음을 누구에게도 발설할 수 없어서, 내가 다 끌어안고 감추고 있어야 해서.
      비밀을 말하여 상처받은 이후로 나는 더욱 비밀이 많아졌다. 정말로 말하고 싶은 사람에겐 더 말할 수 없었다. 두려워서, 그들조차 내 마음을 멸시할까 봐, 나를 조금도 이해해 주지 못할까 봐, 그래서 내가 무너져 버릴까 봐……. 그렇다고 아예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말할 이유가 없었으며 상대 역시 들어 줄 이유가 없었다.
      내겐 ‘적당한’ 사이가 필요했다. 일단 내 이야기를 할 마음이 드는 사이.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성가셔하지 않는 사이. 혹여 내 흉금이 모멸당하더라도 비교적 적게 상처받을 수 있는 사이. 나를 무너뜨릴 순 없는 사이.
      띠링.
      「고요 씨, 늦은 시간에 메시지 보내서 미안해요. 너무 궁금한 게 생겨서.」
      「괜찮아요.」
      「그, 어제 고요 씨가 한 말 중에 말이에요…….」
      「음, 그건 말이죠…….」
      「내가 너무 많은 걸 묻죠?」
      「와,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던 거예요?」
      「미안해요. 그리고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나도 고마워요. 말할 수 있게 해 줘서요.」
      ……그리고 지금, 그런 사이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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