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가운 아가씨, 나만의 키스카.
하얀 폭풍처럼 다가와 내 마음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사랑이란 거 난 믿지 않아요. 첫눈에 반했니 어쩌니 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었으니 날 원래의 자리로 돌려놔요. 당신의 말대로 날 사랑한다면.”
가슴에 차가운 폭풍만을 담은 여자- 은우

“두려워할 필요 없어. 당신에게만은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가 되어줄 테니.”
차갑고 하얀 고양이를 훔친 남자- 알료샤

홍콩, 러시아, 서울을 오가며 펼쳐지는 거침없는 사랑의 폭풍-
사랑의 믿음을 잃은 은우는 알료샤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여누

따뜻한 5월생.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
현재 <굿모닝 레이디>와 <이별하는 중입니다>를 만들어내는 중.
출간준비작으로 <환수열전>이 있다.

“스위트 허니. 당신은 홍콩에 갈 수 없어.”
울긋불긋 온갖 표정이 뒤섞인 은우의 얼굴이 사랑스러워 알료샤는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그가 한 걸음 다가가면 은우는 잔뜩 독이 오른 얼굴로 뒷걸음질 치며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지만 알료샤는 단박에 은우의 양 팔을 잡아챘다.
“당신을 갖고 싶어, 허니. 당신을 내게 줘.”
“미친놈. 이거 놔!”
강하게 뿌리치려 할수록 알료샤의 옥죄는 힘도 강해졌다. 도리질 치는 얼굴을 잡아 끝내 입술을 훔친 알료샤는 발길질에도 아랑곳 않고 품 안에 그녀를 가뒀다.
그가 위험한 남자라고 머리가 경고했지만 그의 품에서 벗어날 힘이 은우에게는 없었다. 몸부림을 멈추고 숨을 가다듬던 은우는 순간 스퀘어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던 진짜 이안에 대한 걱정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을 납치한 남자가 관련된 게 분명한 총알 세례. 혹시라도 자신을 기다리던 이안이 다친 건 아닌지, 연락이 되지 않는 자신을 걱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자신의 품에 안겨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알료샤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 자신과 마주하게 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내 품에 안겨 다른 남자라도 그리워하는 건가?”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안이란 이름이 거슬렸는지 알료샤가 깊게 가라앉은 잿빛 눈으로 그녀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창문을 통과한 햇빛에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 빛나는 백금발과 아름다운 잿빛 눈동자에 은우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남자였다.
“지금 당장 날 홍콩에 돌려보낼 게 아니라면 전화라도 하게 해줘요. 걱정할 거예요.”
“누가? 아, 당신이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는 이안 크레이그 말인가?”
“그래요. 그러니까 당장 전화통화를 하게 해줘요.”
차갑게 웃던 그가 부정하지 않는 그녀를 보며 눈을 기다랗게 느려 뜨고는 입꼬리를 잔뜩 올려 세웠다. 능글맞게 스위트 허니를 연발하던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급격한 표정의 변화에 은우도 살짝 긴장했다.
“난 질투심이 많은 남자야, 키스카.”
눈에 띠게 긴장한 은우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알료샤가 속삭였다. 귓가에 불어오는 그의 옅은 숨에 은우가 움찔했다. 그가 말하는 키스카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거부감이 들었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 당신에게만은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가 되어줄 테니.”
이마에 와 닿는 그의 입술에 은우가 또다시 몸을 비틀었지만 여전히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차가운 잿빛 눈동자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무의미한 반항임을 알면서도 은우는 그에게 잡힌 손목을 비틀어댔고, 알료샤가 깊은 한숨과 함께 손에 힘을 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몸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스위트 허니. 널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거야. 그러니 이안 크레이그는 잊어.”
부드럽고 달콤한, 너무도 달콤해 두려운 그의 음성이 잘게 도리질 치는 은우의 귀를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