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다.
그런데 그가 오늘 떠난다.
꼭 만나야 하는데…….
가버렸다. 송의진.

그가 떠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런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연수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연수야?”
눈물 때문에 일렁이는 사람들 속에 의진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연수는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화난 것이 아니었는데…… E.J도 엄마처럼 아무런 말없이 떠나버릴까 봐……!”
연수의 눈물에 그의 가슴이 젖어 들었다. 그리고 아이의 고백에 심장도 조여들었다.

“홍연수?”
울고 있는 연수를 조심스럽게 가슴에서 떼어낸 그가 한 발짝 물러섰다. 눈물을 닦아주었다.

“연수야, 난 맨해튼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의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말할 수 없었다. 그의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아이의 미래 또한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그가 배낭의 포켓을 열고 꺼낸 봉투를 연수에게 건넸다.

“네게 이걸 꼭 전해주고 싶었어. 자.”
머리를 쓰다듬던 그의 손이 멈추는 순간 뜨거운 입술이 연수의 하얀 이마에 닿았다.

“안녕, 플루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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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持有)
아름다운 글을 소망합니다.

不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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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첫눈 속을 걷다

“세나야, 사랑하면 행복할까?”

“아마도…….”

“그런데 왜 마리아 다닐로바(Maria Danilova, 1793-1810)는 열일곱 살에 죽었을까?”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했데.”

“열일곱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일까?”

“사랑했으니까, 어리지 않았을 거야.”

“그래도 죽었잖아.”

“사랑의 열병을 앓았으니까.”

“바보 같아!”

“뭐가?”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죽어버린 것.”

“다닐로바를 유혹한 사람은 바람둥이였데.”

“알베르(Albert)의 거짓말에 속아 죽은 지젤처럼?”

“응.”

“일라리옹(Hilarion)이 알베르의 정체를 지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지젤은 죽지 않았겠지?”

“어쩌면…….”

“아니다, 원래 지젤은 심장이 약했으니까 알베르의 정체를 모르고 사랑했어도 죽었을 것 같아.”

“그래도 죽어서도 사랑하잖아.”

“미르타(Myrtha)가 지젤에게 알베르를 유혹하도록 시켰지만 그를 사랑해서 살려준 것처럼?”

“응.”

“그래도 그와 영원한 이별을 고하기 전에 함께 춘 춤은 슬프지만 행복했을 것 같아.”

“지젤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알베르는 절망했잖아.”

“사랑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강한 사람이래.”

“누가 그래?”

“우리…… 엄마가.”

“난 그래도 받고 싶어.”

“난 주고 싶은데.”

“누구한테?”

“그 사람한테.”

“그 사람이 누구야?”

“아주 멀리 있어.”

“어디?”

“맨해튼.”

“맨해튼? 뉴욕?”

“응.”

“가면 되잖아.”

“그렇겠지?”

“응.”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

“마음껏 사랑하게?”

“응.”

“다닐로바도 우리처럼 열일곱에 사랑했잖아.”

“그래도…….”

“그 사람 진짜 좋아하는구나?”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부럽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