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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안진, 남쪽 끝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
희주는 엄마를 따라 그곳에 있는 서산 그룹 별장에서 지냈다.
“오랜만이네.”
“…….”
“나 기억 안 나요? 난 가끔 생각났는데.”
그녀의 심장을 움켜쥔 아름다운 서산 그룹 도련님, 서태인.
희주는 열병 같은 첫사랑을 잊어버릴 때쯤 그와 재회한다.
그는 묘한 태도로, 그러나 선명한 욕망을 품은 채 그녀에게 다가오는데…
“이건…… 싫어요.”
“자제가 안 되네. 늦게 배워서 그런가.”
희주가 사랑을 포기하려고 하면, 자꾸만 태인이 그녀를 흔들고 간다.
결국 희주는 태인의 약혼식날, 이 마음을 포기할 수 없어 그에게 매달린다.
“가지 마요. 가지 말고 나랑 놀아요.”
“그래, 뭐 하고 놀까.”
[2권]
약혼식을 망치고 안진 별장으로 도망치듯 돌아온 희주.
그곳에는 먼저 자리한 사람이 있었는데.
“뭐지. 이 도둑은?”
“김희주예요. 여기 별장 관리인이 제 엄마고요.”
서재인, 상처받고 외로웠던 때 유일하게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 준 사람.
어쩐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은 그 모습에 희주가 서운함을 느끼기도 잠시.
“희주야, 나랑 같이 가자.”
“….”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정말 사랑해.”
재인은 희주에게 또다시 구원과도 같은 손길을 내밀었다.
태인과 재인, 폭풍 같은 두 형제 사이에 얽혀 버린
희주의 선택은 과연 누구에게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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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샤론
어느 늦은 밤, 이야기를 쓰는 사람
[1권]
희주는 안진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남해 쪽의 안진까지, 서산 그룹이 사용하는 전용기로는 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서울에서 탄 고속버스는 네 시간이 넘도록 달리고 있었다. 아직 한 시간을 더 가야 한다.
차 안에서 희주는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짓을 떠올렸다. 뻑뻑한 눈을 질끈 감고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댔다.
* * *
“가지 마요. 가지 말고 나랑 놀아요.”
애원하는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약혼식까지 한 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연미복을 입고 준비를 마친 그는 약혼식이 있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고 우아한 남자의 차림에 울컥하는 마음이 치솟았다.
남자가 자신의 것이라 여겼지만 그건 잠자리에서뿐이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배신감에 시달리며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팠다. 그것을 알려 주는 현실을 눈앞에 두고 처참한 기분을 맛보았다.
서태인. 절대 욕심내는 안 될 남자.
반쯤은 오기였고, 반쯤은 진심이었다. 그가 약혼식을 앞두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도발에 장단을 맞춰 줄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그냥 자신이 마음 가는 대로 한 번쯤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설사 잘못된 방법일지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 미련이라도 사라질 것 같아서. 서태인은 냉철한 사람이었다. 결코 자신에게 휘둘리는 남자가 아니었다.
연미복을 입은 남자가 햇살이 부서지는 창가에 서 있었다. 눈이 시릴 만큼 근사한 남자를 자신만 보고 싶었다. 이런 소유욕을 느끼면서 그를 사랑하지 않는 척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쿵쿵쿵.
떨리는 심장을 느끼며 그에게로 달려가다시피 성큼성큼 걸어갔다.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필사적으로 매달려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관능적인 입술을 빨고, 깨물며 혀를 넣어 절박한 입맞춤을 했다.
타액이 섞이는 질척이는 소리와 야릇한 흐느낌이 흘러나오는데도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일방적인 행위를 멈춰야 했다.
역시 안 되는 것이다.
처절한 현실을 마주하자 억센 줄기가 그녀의 심장을 옥죄어 왔다.
내가 뭐라고.
자신은 이 남자에게 한낱 유희 거리에 불과했는데. 기어코 마음을 줘서는 이렇게 초라해지고 마는구나. 자각하니 가슴이 지끈거렸다. 입술을 떼고 손을 풀었다.
꼴사납게 그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는 말자며 돌아설 때였다.
태인은 그녀의 작은 뒤통수를 한 손에 잡고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감아 당겨왔다. 덮치듯 입술을 삼키며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았다.
안으로 파고든 혀가 거칠게 입 안을 제멋대로 휘저었다. 뿌리까지 혀를 얽으며 집어삼켰다. 흘러내린 그녀의 타액까지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며 그녀의 얼굴을 삼킬 듯 굴었다.
그녀가 숨을 쉬기 위해 태인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냈다. 꿈쩍도 안 한 남자가 팔로 단단하게 그녀를 옥죄며 키스했다. 한참 뒤 그가 입술을 떼었다. 희주가 숨이 차 가슴을 들썩이는 모양새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그는 손목을 들어 번쩍거리는 자신의 메탈시계를 한번 보았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뜨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 뭐 하고 놀까.”
매끄러운 호선을 그리며 미소 지은 남자의 얼굴은 묘했다. 그 미소에 홀린 듯이 희주는 이성을 잃었다.
내 거야. 이 남자는 내 것이야.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랬으니 그렇게 했으리라. 응접실의 벨벳 소파에 앉아 있는 그의 벌어진 무릎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릎에 손을 올린 그의 손목시계를 보자 약혼식 시작까지 40분이 채 남지 않았다.
벨트로 손을 가져가 열어젖혔다.
지익-
그의 다리 사이에서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는 동안에도 그는 항상 그랬듯 속을 읽기 어려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표정과는 별개로 바지 위로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앞섶이 불끈거렸다. 브리프 안에 있던 성기가 위로 삐져나와 머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흉흉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그것을 품고 있는 천을 내리자마자 그의 복근 위로 끄덕거렸다.
도대체 언제.
“언제 세웠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태인과는 달리 알기 쉬운 그녀의 표정을 읽은 듯 물었다.
“네가 놀자고 할 때부터.”
기대가 돼서 말이야. 그가 상체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긴 손가락으로 희주의 블라우스의 단추를 툭툭 풀어냈다.
[2권]
“재인이는 잘 지내요?”
완벽한 옷차림으로 시계를 채우던 손이 멈췄다.
태인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아마도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만남. 그리고 격렬한 정사 후였다. 주말에도 잡힌 외부 미팅 일정 전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남자는 작게 눈썹을 움직였다. 무감하게 변화 없는 표정이었지만 눈동자에서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치명적인 말실수를 한 것처럼 남자의 눈이 저를 몰아붙였다.
배다른 형제지만 미국에서 같이 생활한 만큼 사이가 나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태인에게 한 것인데. 아니었던 걸까.
말없이 빤히 내려다보는 남자 때문에 괜히 민망해져 말을 덧붙였다.
“아, 그게 사실 재인이가 유명하더라고요. SNS에 사진도 올라오고, 그렇게 컸을 줄…….”
“서재인이 왜 궁금하지?”
남자가 더는 못 들어 주겠다는 듯 말을 잘라먹었다.
“아…… 그냥요. 가끔 생각나고 그래요. 예전에 안진에서 잘 지냈던 기억이 있으니까.”
남자의 뺨에 힘으로 그은 선이 팽팽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뒤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래요? 궁금하네. 어떻게 재밌게 놀았길래. 아직도 희주 씨가 잊지 못하는지?”
내뱉는 말의 끝이 사나워졌다. 순식간에 그가 침대에 누워 있던 그녀의 위로 자리 잡았다. 벨트 버클을 풀고, 바지와 브리프를 한꺼번에 내려 장골에 걸쳤다. 팔꿈치를 그녀의 얼굴 옆에 대고는 위에서 희주를 훑으며 내려다보았다.
“내 앞에서 그 이름 다신 꺼내지 마요.”
다소 신경질적으로 내뱉은 그가 밑으로 손을 내렸다.
골반을 누르고 무식하게 큰 성기를 게걸스럽게 쑤셔 넣었다. 앞선 정사가 무색하도록 좁아 든 길을 그가 무자비하게 속도를 높여 움직였다.
“이런 건 안 했을 거 아니야. 응? 어린 새끼가 발랑 까져서 그때부터 했을 리는 없잖아.”
찔러대는 그를 받느라 어지럽게 흔들리는 가슴을 크게 베어 물었다. 희주는 남자가 내뱉는 말에 아연하기만 했다. 도대체 동생을 두고 무슨 생각을 했기에.
“으흣……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말하느라 입에서 튕겨져 나간 가슴을 성가시다는 듯 손으로 움켜쥐었다. 봉긋하게 만들어진 정점을 혀로 쓸고 깨물었다.
“사진 봐서 알 거 아냐? 걔 여자 많아. 그런데 난 김희주 씨밖에 없거든.”
태인의 말에 희주의 가슴이 쿵, 떨어졌다. 침대에서나 뱉은 의미 없는 소리가 분명할진대, 속절없이 떨려대는 마음이 너무 초라했다.
내벽이 움찔, 조여들며 그의 성기를 쥐어짜자, 남자는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여자의 흥분이 제가 말한 소유욕에서 비롯된 것을.
태인이 상체를 둥글게 말고 느리게 움직이며 귓가에 연신 속삭였다.
“난, 김희주 거야, 응? 다 가져. 내 좆도 몸도 다 가져. 다 네가 가져.”
남자의 주름 한 점 없던 슈트가 엉망으로 구겨졌다. 난잡하게 맞붙은 곳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애액들로 그의 말끔한 옷이 더럽혀진, 그런 날이었다.
* * *
또각또각.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함으로 무장한 여자가 호텔 라운지로 걸어 들어왔다.
CHA호텔 라운지는 최세연과 잘 어울렸다.
클래식하고 우아한 전통적인 호텔 라운지와는 달랐다. 과감한 색상에 미래적인 분위기까지 풍기는 인테리어였다. 때문에 라운지에 자리한 사람들도 젊은 층이 대다수였다. 자신이 몸담은 CH건설에서 시공하고, 본인이 직접 인테리어까지 맡아서 한 호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일찍 왔네요?”
차세연이 태인의 맞은편으로 앉으며 예의상 말했다. 태인은 귀찮음이 묻어나는 얼굴로 손목을 틀어 시계를 보았다.
네가 늦은 거 같은데,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차세연은 약혼식을 망쳐 놓았으니 할 얘기가 있지 않겠냐며 박 실장을 통해 연락을 넣었다.
‘자리에 나오면, 컨소시엄에서 빠지겠다고 한 것도 재고해 볼게요. 그리고 다른 제안도 있고.’
태인은 자신만큼이나 이 자리에 잘 어울렸다. 클래식한 블루 슈트를 완벽하게 소화한 남자는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왜 욕심이 안 나겠는가. 같이만 있어도 이렇게 소유욕이 들끓는다.
이 화려한 남자는 자신의 옆이 딱 맞는데. 그 말갛고 순진한 여자보다는 아무래도 내 쪽이 가지는 게 맞는데 말이야.
아쉬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남자는 애초 약혼의 말이 오갈 때 확실하게 했다.
‘몸, 마음 둘 다 못 줘. 그래도 괜찮겠어?’
‘마음은 그렇다고 쳐도 몸은 겹칠 수 있는 거 아닌가?’
‘나, 고자야. 소문 다 났을 텐데.’
당당하게 자신의 치부를 말하던 남자의 말을 믿은 건 아니었지만 들은 바가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착용하지 못하는 액세서리라도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의 애인이라는 여자를 소개받고는 기분이 이상했다.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흥분되는 느낌. 여자를 안을 수 있다는 소리니까. 언젠가는 가질 수 있을 테지.
근데, 나타나지 않았다. 약혼식에.
“약혼식 날, 스위트룸에 하루 종일 있었다면서요?”
“우리 호텔 보안이 그 정도로 최악일 줄은 몰랐는데. 이참에 사장이랑 지배인부터 바꿔야겠군.”
약혼식 장소는 서산 소유의 호텔이었다. 나타나지 않는 남자를 두고 그때는 별생각을 다 했다. 청부업체를 고용해야 할까. 아니면 어떤 스캔들을 만들어서 먹칠해 줄까. 아니면 제법 소중해 보이는 그 여자를 잡아다가…….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최세연은 똑똑했다. 그녀의 사생활, 남성 편력만 유명한 건 아니었다.
실력 역시 업계에서 꽤 유명했다. 가진 것만 많고 머리는 든 게 없는 2세, 3세와는 다른 재원이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바닥으로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가진 것을 등에 업고 더 위로 올라갔다. 서태인을 적으로 돌려서 좋을 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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