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정보를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혜수에게 주혁은 사랑하고 싶었던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줄곧.
시어머니가 들이민 한 장의 사진.
그 안에는 주혁과 한 여자가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우리, 이혼해요. 더 이상 투명 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주혁은 혜수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혼은 절대 안 돼. 당신은 아직 내 아내야.”
한편 혜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혁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
“나한테 여자는 당신 한 명뿐이야.”
“…….”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것.
그것은 쾌감도, 욕망도 아니었다.
지독한 사랑이었다.
눈에 비친 것은 설원처럼 희디흰 천장, 그리고 간간이 요동치는 새카만 머리카락이었다. 선명한 흑백의 대비는 마주하자마자 시선을 남김없이 빼앗았다.
시야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머리카락 끝에 맺힌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뺨에도, 어깨에도 흩날리는 물방울은 지독히도 강렬한 열을 품고 있었다. 순간순간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은 결코 착각이 아닐 터였다.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이 버거웠다. 입 안 가득 맴도는 신음을 천천히 바깥으로 흘리며 혜수는 살며시 시선을 내렸다. 그 순간, 땀에 젖은 어깨와 근육이 잘 잡힌 가슴팍이 기다렸다는 듯 시야를 잠식했다.
“기분이 어때?”
“응…….”
상념을 깨는 짓궂은 질문은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차마 그 어깨를 꽉 끌어안고, 부드러운 살갗에 손톱을 박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그와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지면서 아찔한 숨결이 눈앞에서 마구 뒤엉켰다. 찌걱찌걱, 하고 음탕한 물소리와 섞인 교성이 끊임없이 허공을 맴돌았다. 힘 있게 파고든 성기를 무의식적으로 조이며 혜수는 허리를 뒤틀었다. 여러 갈래로 주름이 그려진 시트는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위도, 아래도 전부 질척질척하게 젖어 가고 있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깊고 깊은 늪 속으로 침잠하는 것 같았다.
“……하으, 윽……. 주혁 씨…….”
쾌감을 견디다 못해 그의 이름을 부른 것은 역효과였다. 그럴수록 오히려 강도를 더해 가는 마찰음만이 날아가기 직전의 이성을 일깨웠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주혁은 한층 격하게 그녀의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만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통에 질 내벽이 한결 녹진녹진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아랫배 안쪽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태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열로 점철된 단단한 살덩어리가 안쪽을 거듭 들쑤셨다. 그 음란한 과정을 견디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애당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약간의 여유도 없이 희열이 밀려들었다.
혜수는 엉덩이에 힘을 실어 주혁을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였다. 무심코 쳐든 다리 끝에서는 발가락이 꿈틀거렸다. 계속해서 부딪치며 결합하는 부분에서는 묘한 마찰열이 피어올랐다. 뜨겁고 뜨거워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윤혜수.”
“흐읏…….”
끊임없이 귓가를 울리는 나직한 울림, 거침없이 전해져 오는 야릇한 떨림, 그리고 쉼 없이 몰아치는 심장의 두근거림은 이미 몸에 익을 대로 익은 것이었다. 혜수는 주혁의 어깨를 껴안은 손에 힘을 실었다.
부부로서 함께 밤을 보낸다. 그것은 일종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했다. 아무것에도 마음을 줄 수 없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특혜.
그동안은 그 특혜를 마음껏 즐겼다. 온몸에 새겨지는 주혁의 흔적을 좇으며, 꼭꼭 숨겨 놓았던 울분과 설움을 토해냈다. 그러지 않고서야 좀처럼 버틸 수 없었으므로.
그와 살을 맞대고 있는 이 순간이 아니라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길이 있을까. 아마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오늘따라 적극적인데.”
“아, 응…… 놀리지, 마요……!”
“하긴. 당신은 원래 이러는 걸 좋아하지.”
“주혁 씨, 윽…….”
가볍게 코웃음을 치던 주혁이 문득 동그스름한 어깨에 연거푸 입술을 맞추었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과 동시에 찌릿찌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휘감았다.
“흑, 으……!”
머릿속 어딘가에서 요란한 신호가 울렸다. 이 남자를 원한다고. 이 남자가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원하고, 절실하게 탐하면서 몸속 깊은 곳까지 꿰뚫는 쾌락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다.
그 아득한 사실을 일깨우는 입술은 그 무엇보다도 충실하게 목적에 부합했다. 어느덧 어깨를 넘어 목덜미에 내려앉는 숨결은 뜨겁게 젖어 있었다.
“좋은 얼굴이네.”
입술의 감촉을 쏙 빼닮은 손끝이 뺨을 살짝살짝 얼렀다.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틀림없이 고도의 흥분과 극도의 쾌감으로 흥건하게 얼룩져 있을 터였다.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수치심에 저도 모르게 눈이 질끈 감겼다.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강제적으로 시야가 차단되면서 그 특유의 섹시한 체향이 한층 짙게 풍겨 왔다.
폐 끝까지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찰나, 머릿속에서는 새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삽시간에 전신을 점거하는 감각은 쾌락도, 쾌감도 아니었다.
정말로 이래도 될까. 이렇게 마냥 들썩이는 허리를, 한껏 벌어진 다리를 모른 척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까.
한없이 음란한 분위기에 취해서 칼날처럼 차가운 현실을 외면하고, 욕망의 노예가 되어 버려도 상관없을까.
그는…… 윤혜수를 사랑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줄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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